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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윈, 한미정상회담 생방송 동시통역
Date 2006-09-15 05:14:38
2006년 9월 15일 새벽1시(한국시간)
노무현-부시 한미정상화담 후 공개 기자회견 통역에 관한 평가 (by 윈윈동시통역 대표)
윈윈동시통역 대표 약력: 한국외국어대 통번역 대학원 한영과 졸, 동 대학원 강의(2002-2003), 각종 국제회의 통역(300 여회, 다수의 정상통역 포함), 고대정외과 석사, 한양대 정외과 박사과정

“미국측 통역(국무부 통역으로 추정)은 지나친 직역으로 인해 정확한 정상의 뉘앙스를 전달 못해,”
“한국측의 통역사는(외교통상부 직원) 통역에 있어 내용파악을 잘하고 전달력이 뛰어나며 전체적으로 무리 없는 통역을 하였으나, 노무현 대통령의 특유의 말투 속에 숨어 있는 의도를 제대로 파악했는지는 의문”

한미정상회담 후 공개 기자회견 내용은 생방송으로 MBC, SBS, KBS에 동시통역 되었다. 이 중 1개 방송사의 동시통역을 윈윈동시통역이 맡았다. 통역사는 외대 통역대학원 출신 본인의 후배(남자)였다. 본인은 3개방송사 채널을 돌려가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대동한 통역(여자, 현 외교통상부 사무관), 부시대통령이 대동한 통역(한국인 남자, 국무부 통역 담당 직원으로 추정) 그리고 한국 방송3사에서 제공한 동시통역을 주의깊게 경청했다. 본인 또한 노무현 대통령과 각국 대사들과의 오찬 회동 등에서 직접 통역을 했던 경험이 수차례 있었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아래의 평가는 전적으로 개인적이고, 장기 훈수 두는 격의 평가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사실 훈수 두는 사람이 직접 두는 사람보도 못 둬도 훈수는 그럴싸하게 들리기 마련이다.)

일반론 수준에서 평가를 하고,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집어내는 ‘닛픽킹(knit-picking)’은 하지 않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통역사들에 있어 큰 무리는 없었다. 큰 실수나 오역도 없었다. 동시통역사들이야 익숙한 통역 부스가 아닌, 고르지 못한 방송국 현장 음 송수신 및 이어폰 상태 등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 생방송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통역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사실 통역사는 잘해야 본전이기 때문에 돌발적인 기술적 문제로 통역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방송에 나갈 위험이 있어, 실제적으로 베테랑급 통역사들은 생방송 동시통역을 꺼린다. 외대나 이대 통역대학원 등에서 동시통역 강의를 하고 있는 교강사 들도 통역 실력이야 검증이 된 통역사들이지만 생방의 돌발 변수 때문에 자칫 통역 실력이 없는 것처럼 잘못 비춰져 학생들의 혹독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동시통역은 다들 무난하게 소화해낸 것으로 보인다. 정상들의 무게감 있는 외교발언들을 동시로 따라가며 정제된 언어로 외교적 뉘앙스까지 살리면서 뱉어내는 것을 동시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직역식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인식하고 시청자는 들어야 한다. 하지만 순차통역은 다르다. 노트테이킹(note-taking)을 하면서 정상들의 발언을 받아 적으며, 무슨 의도로 이러한 발언을 하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들으면서 소화하여 정상의 발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대 정상이나 기자들이 알아듣기 쉽게 전달해 줘야 하는 것이다. 한정된 시간에 끝내야 하는 기자회견이므로 말을 더듬을 여유도 없다. 하지만 동시와는 달리 순차적으로 통역을 하므로 정상의 발언을 머리속으로 이해하며 소화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따라서 외교부 직원인 한국측 통역처럼 외교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통역하므로 외교적 수사를 동원하고, 미묘한 뉘앙스를 살리는 ‘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반면 미국측 통역은 지나친 직역 수준에 머물렀다. 부시 대통령의 말을 단어 하나하나 잡으려 하고 그것을 직역하면 실제 의도했던 외교적 뉘앙스를 제대로 살릴 수가 없다. 본인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지켜 본 바로는 미 국무부 통역의 일반적인 스타일은 모든 단어를 빼지 않고 직역식으로 통역함으로써 듣는 사람이 나름대로 해석해야 하는 부담을 준다. 더군다나 미측 통역은 한국어가 발음상으로는 문제가 없었으나 단어선택이나 표현력에 있어 유창하지 못했다. 부시대통령의 의도까지 살려서 듣는 사람이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통역의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영어로 부시의 말을 들을 때와 통역의 통역을 들었을 때 둘 사이의 뉘앙스의 무게에 있어 엇박자가 났다는 것을 매 발언마다 느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통역을 한 한국측 통역사는 (본인도 노대통령 통역을 해봐서 이해하지만) 노 대통령의 특유의 어투에 애먹었을 것이다. 그의 말투는 부시 측 통역처럼 직역을 하다가는 삼천포로 빠질 위험이 있다. 노대통령의 의도와 다른 식으로 통역될 수 있는 위험 소지가 있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아이디어는 분명하다. 확고한 신념과 자신만의 주장과 논리가 있다. 그렇지만 그의 특유의 말투를 하나하나 따라가면 통역하기가 어려워진다. 1대1로 대응하는 정제된 어휘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어체가 아닌 문어체와 구어체가 섞인 식의 말투라고 보면 된다. 영어는 주어와 동사가 문장 속에 반드시 들어가 있어야 하나, 한국어에서는 주어가 빠지는 경우가 많다. 노대통령의 화술은 주어와 동사가 딱 맞아떨어지는 식이 아니다. 예를 들어서 노대통령은 대북 제재 문제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각국이 취하고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고, 북핵과는 별개로 미국의 국내법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새삼 또 다른 어떤 제재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연합뉴스 보도)고 말했다. 이를 다시 풀자면,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각국은 대북 제제 조치를 나름대로 취하고 있다. 북핵과는 무관하게 미국의 국내법에 의거 대북 제제 조치가 현재 취해지고 있다. 따라서 다른 추가 제제를 논의할 단계는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 라는 식으로 주어 동사가 완성된 문장들로 재구성할 수 있다. 통역사는 이렇게 문장을 완성해 가며 통역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특유의 스타일을 따라잡을 수 있는 통역의 비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그가 한 이야기의 핵심과 의도를 파악한 다음, 통역사가 청중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자신의 방식으로 통역을 하는 것이다. 노대통령의 발언은 통역사가 아닌 일반인들이 들으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통역사가 연사의 발언을 청취하는데 쓰는 머리는 다르다. 통역을 위한 청취의 두뇌 영역이 일반 청취와는 다른 것이다. 정상회담 현장에서 발언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통역사는 단어 하나하나에 어떤 외교적 어휘로 바꿀 것인가 고민하며 들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는지 ‘나무 속을 헤매다 숲을 못 보고’ 전체적인 의도와 논리적 전개가 끊기는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한 문장 한 문장을 따라가기보다는, 반 문장, 한 문장, 또는 논리전개의 토막토막을 따라가면서 그 논리 체계를 세우다 보면, 통역할 때도 자연스런 흐름(flow)을 형성해 듣는 이가 편하게 따라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이양 문제,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방위공약 약화우려 문제,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방안 강구 문제, 외교노력이 실패할 경우 대북 제재 문제 등 민감한 외교사안이 많았다. 그만큼 통역의 위치가 중요했다. 노대통령도 자신의 발언 하나하나를 스스로 되새기며 조심스럽게 발언하는 모습을 보였고, 또 혹시라도 오역이 있지 않을까 신경쓰며 통역의 영어도 귀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본인이 통역하면서 느낀 바로는 노대통령이 영어로 말은 잘 못하지만 LC 능력은 어느 정도 된다고 본다.

자신만의 특유한 말투를 알고 있으므로 통역이 자신의 의도를 잘못 전달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회담이라는 중압감과 기자회견장의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통역사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 물론 미국측 통역보다는 훨씬 나았지만 한국측 통역도 일부 약간씩 빼먹은 것도 있다. 하지만 누구도 그 자리에 서면 더 잘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안방 거실에서 편안히 앉아 TV로 통역을 듣는 것과 현장 상황은 판이하게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의 애로는 통역대학원에서의 2년간의 반복적 '하드트레이닝'과 졸업 후 무수한 각종 통역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차츰 해소해 나갈 수 있다.
경험과 경력이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다.